로빈후드
주종-분말알콜, 알콜도수-0%
"상가아파트 고층에서는 서울 야경보면서 양주를 마시고, 저층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막걸리 마시고 그랬어요. 그 당시에 삼촌 가게에서 배달일하면서, 집집마다 가끔 수리도 하고 그랬는데, 왜냐하면, 이 수리 일손이 모자라니까, 출장가서 수리비가 나오면 삼촌이 전부다 저에게 주셨었는데… 점점 수리비로 받는 보수가 많아져서, 나중에는 맘먹고 독학으로 수리일을 배우기 시작했던거지요.
삼촌 가게 뿐만아니라, 여기 다른 가게들도 다 배달하는 친구들한테 수리비를 줘가지고, 그 친구들이랑 일끝나면 텔레비젼, 라디오 이런거 뜯어보면서 연습하고 그랬던겁니다. 또, 신제품이 나오면 이걸 수리하려고 몰래 하나 뜯고 분해해보기도 하고, 소문난 사장님한테 가서 물어보고 그랬단 말이죠. 그런데 마침 몇몇 선배님들께서 <국제테레비학교>라는 걸 만들었는데, 거기서 우리같은 친구들을 받아서 기술전수도 해주시고, 이것저것 진짜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내가 뒤늦게 정신이 들어가지고 가방끈이 짧았는데, 기술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셔가지고 그때 배운걸로 지금까지 먹고 사는거지요.
아, 최근에 우연하게 토크쇼에서 그 때 선생님 한 분을 본거에요. 그 분이 그 학교 2기생이셨고, 내가 270기 졸업했으니까, 증조, 고조할아버지시네요(웃음). 또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았었는데, 이제 ‘거기서 배운 기술로 이렇게 성장을 했습니다’하고 자랑도 하고 싶고 한데, 지금 다들 어디계신지…
그 기술학교가 저기 남대문로4가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건물은 있더라고. 당시에 라면이 한개에 15~20원 하던 1974년 즈음이었는데, 그때, 석유파동이 걸려가지고 집집마다 석유난로로 연명하고 했어요. 그 해 겨울에 춥기도 하고 해서, 그 기술학교 교실에 모여가지고 책상으로 이렇게 둘러가지고 그 복판에 담요 깔고 석유골로에서 라면 끓여서 먹으면서 기술배우고 그랬어요.
그때는 선생님들 수업말고는 수업자료가 별로 없으니까, 헌책방이나 세운상가 창고에 있는 옛날 회로도면을 보면서 공부했었어요. 하루는 친구가 신기한 도면을 하나 가져온 왔어요. 그게 ‘소주를 양주로 바꾸는 기계’의 도면이었던 거에요, 신기하더라고. 그래서, 진짜로 소주가 양주로 바뀌는 지 확인을 해보려고 저희끼리 모여서 만들어 보고 그랬어요. 그 시제품에다가 소주를 따르고 스위치를 누르면, 소주가 깔때기를 타고 흐르는데, 그 깔때기 끝에다가 코일을 감아서 소주에다가 발진주파수를 가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소주를 전기로 막 지지는 거지. 그러면 소주에서 기포가 막 올라옵니다. 이제 그걸 양주잔에다가 받아서 마셔보는거지요. 그러면, 진짜 맛이 좀 달라져있어요. 근데, 문제는 우리 중에 양주를 먹어본 친구가 별로 없어가지고, 이 술이 막 쓰고 이러니까, ‘아, 이게 양주가 맞네’ 이러면서 탄성을 지르고 그랬어요 (웃음)
‘소주를 양주로 만든다!’하면 사람들 귀가 번쩍 뜨이는 거야, 소주가 600원하고, 양주는 막 비싸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갖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재미로 만들어 보다가, 나중에 그걸 소주에 타서 먹을 수 있게끔 분말형태로 만들어가지고, 진짜 출시까지 했었어요. (차OO, 57,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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